#1. 1000만 서울시민의 '발'인 서울시 버스. 막차가 끊기고 첫차가 운행하기 전 약 2시간 정도의 새벽 시간 버스중앙차로 승강장을 청소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파견근로자다.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청소노동자 24명은 승강대 지붕 청소 작업의 위험성과 야간수당 지급 문제와 관련,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처우개선이 아닌 '해고 통보'였다.

#2. A씨(34)는 파견근로자다. 고졸이 최종학력인 A씨는 군대에 다녀온 뒤 자동차공장에서 쇽업소버(shock absorber), 이른바 '쇼바'라고 불리는 충격흡수장치를 차체에 고정하는 일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A씨가 입고 있는 조끼 뒤에는 'C산업'이란 글귀가 쓰여 있다. 작업 중간 쉬는 시간이면 차체 옆 탁자에서 담배 한 모금을 마시는 게 그의 유일한 위안이다. 10년 동안 A씨의 소속은 3번 바뀌었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10년째 A씨와 같은 공장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B씨(38)는 정규직 근로자다. B씨는 자동차공장에서 자동차 뒷면 번호판 윗부분에 후방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을 한다. 대학 졸업 후 지금 회사에 취직한 뒤 10년째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B씨는 쉬는 시간이 되면 공장 2층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음료수를 마시며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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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지난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파견법)'이 제정된 지 16년이 지났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선 'IMF 자금지원 합의내용'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조치에 응해야 했다.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노동계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반조치를 약속하는 대신, 정리해고제 입법화 및 근로자파견제를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로 법제화했다. 그 결과로 파견법이 발효됐고, 이후 파견근로는 참여정부와 MB정부를 거치며 한국사회 노동문제의 최대화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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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현재 파견법상 파견근로가 허용된 직종은 배달·경비원 등 32개 직종이다. 이들 파견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거나 정규직이 처리해야 할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지만 연봉과 처우는 정규직에 크게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임금은 289만원인 반면, 파견근로자는 16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당 노동시간은 정규직(42.9시간)과 비교해 파견근로자(44.9시간)가 오히려 길었다. 4대 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정규직의 경우 국민연금에 97%, 고용보험에 84.3%가 가입했지만 파견근로자의 가입률은 각각 69.1%, 71.8%로 떨어졌다.

때문에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파견근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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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정치권에선 파견법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1호법안으로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파견근로자에 대한 고의·반복되는 차별적 처우시 사용자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은 더 적극적이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2년 제조업 생산공정업무를 파견사업 '절대금지업무'로 규정하는 내용의 파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은 또 지난해 5월 기업이 파견근로자 임금의 세부 내역을 밝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파견업체가 사용업체에 지불하는 사용료 가운데 중 수수료·보험료·인력관리비 등을 제외한 임금이 얼마인지를 근로자에게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했다.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야당간사인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도 지난 10월 △건설공사현장 업무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 업무 △응급의료종사자 업무 △의료기사 업무 등에 대해 파견근로자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들 개정안은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고용 경직성과 기업부담을 이유로 이들 개정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때문에 국회 차원의 파견법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노동문제는 노사정간 합의가 이뤄져야 법 개정 이후 실효성이 담보되는 만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양측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필수적이란 선행돼야한단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간접고용에 대한 정부 및 기업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파견근로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파견근로자 차별 금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시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단 의견이다.

아울러 법 개정 뿐 아니라 현행 파견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사내하청은 대부분 파견법상 불법파견"이라며 "불법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법 테두리 내에서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게 법 개정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