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은 왜 탈당을 고민할까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6.4 지방선거를 앞둔 5월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교동 한벽루에서 전북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5.28/뉴스1

한때 야권의 대선후보였던 정동영이 또 한 번 탈당이란 정치모험에 나설까.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진보진영의 새 정당 창당에 합류하기 위해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고조되면서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소속당이 합당하거나 이름을 바꾼 것 외 스스로 당을 나간다면 이번이 두번째다.

정 고문은 27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지지자들과 송년모임을 겸한 회의를 갖고 거취를 논의했다. 정 고문 이날까지 최종결심은 밝히지 않았지만 새정치연합 안팎엔 그의 탈당 의사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 진보인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약칭 국민모임)이 신당을 추진중이고 정 고문이 창당에 적극 참여한다는 시나리오다.

◇화려한 이력 "여기 정동영도 있다"

정 고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상징성과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를 앞둔 정계개편 가능성 때문이다. 정 고문은 방송기자·앵커 출신이란 대중성에다 토론·연설 실력을 갖춘 스타 정치인 중 한 명. 2007년 대선에선 대선후보로 이명박 대통령과 격돌했다. 앞서 2002년 대선엔 노무현 후보가 막판 유세에서 "여기 (차기주자로) 추미애와 정동영도 있다"고 언급, 당시 정몽준 의원의 단일화 지지철회에 단초가 된 일화도 있다.

자신이 출범에 힘을 보탠 참여정부에서 통일부장관,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 17대 총선 당시 당을 이끌었다. 열린우리당 최대 계파로 수십명의 '정동영(DY)계'를 거느리기도 했다. 19대 국회 현재 새정치연합의 '비노' 측 상당수 의원들이 이때 직간접으로 정 고문과 정치적 관계를 맺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친노 대 비노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금 계파갈등이 고조되리란 우려가 적지않다. 정 고문에 뒤이어 추가탈당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탈당 고심에 당 관계자들이 당혹감을 느끼는 이유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5월 24일 오후 전북 전주를 찾은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선대위원장이 김승수 전주시장 후보와 새정치 후보들과 함께 전주 중앙시장에서 지원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2014.5.24/뉴스1

◇재기 몸부림? "아무도 안 따라갈 것"

하지만 당내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추가탈당도 없이 정 고문의 '독자행동'에 그칠 거란 관측이다. 우선 재야의 신당 추진이 야권 전체를 아우를만큼 공감대가 크지 않다. 무엇보다 그의 탈당은 정치적 명분을 인정받기보다는 재기를 위한 몸부림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 고문은 2007년 대선 패배 후 예전만큼 위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물론, 정계복귀 후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는 진보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 높이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선패배 책임론이 워낙 컸던 데다 국회 복귀를 위해 탈당 뒤 무소속으로 재보선에 출마한 이력은 당내 여론에도 부정적이었다.

복당 이후 끊임없이 '재기'를 모색했지만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뒤엔 당 대표나 대선후보, 국회의장단 출신에게 주어지는 상임고문이란 자리에 머물렀다. 19대 총선 낙선 이후엔 재보선 출마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 그가 마지막 카드인 '탈당'을 검토하는 것은 현재의 당 구조에선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본 것이다.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판을 흔들어야 작은 가능성이라도 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엔 "탈당을 만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아무도 따라 나가지 않을 것"(문희상 비대위원장)이란 기류가 뒤섞여 있다. 일각에선 정 고문이 진보진영 제3 신당을 이끌면서 새정치연합과 선거연대 또는 합당을 통해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탈당이든 잔류든 정 고문에게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3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27일 오후 자신의 지지자들과 모임을 갖기 위해 서울 영등포역 회의실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정 고문은 회의실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오늘 모임은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송년회"라고 밝혔다. 2014.12.27/뉴스1

◇앵커출신 스타정치인…DJ 대변인으로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영국 웨일즈대 저널리즘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8년부터 1994년까지 MBC 정치부 기자, '뉴스데스크' 주말앵커, '통일전망대' 앵커로 활약하며 대중적인 기반을 확보했다.

1996년 총선 때 전북 전주덕진에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해 당선, 15대 국회에 입성했다.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총재 특보·청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합류, 대변인·최고위원·상임고문을 맡다 2003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을 맡고 참여정부 때 통일부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국정운영에 참여했다.

17대 대선 직전 열린우리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나섰으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 18대 총선 때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4·29 재보선 때 탈당, 전북 전주덕진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민주당에 복당한 이후 당시 정세균 전 대표에 대항한 이른바 '반정(反丁)연합'을 구성했고 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19대 총선에선 서울 강남을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1953년 전북 순창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영국 웨일즈대 저널리즘 석사 △MBC 정치부 기자 △MBC '뉴스데스크' 주말앵커·'통일전망대' 앵커·LA특파원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의장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통일부 장관 △15·16·18대 국회의원(전북 전주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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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은 왜 탈당을 고민할까

[the300]2007 대선패배 후 꾸준히 재기 모색…오늘 거취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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