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여야 남녀의원, 막말과 화해의 '남는 장사'

[the300]"무플보다 악플"…이노근-최민희 쌀기부 선행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쌀 기부 행사 '라이스버킷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다. 2014.12.17/뉴스1

- 오늘 계기로 화해하시는 건가요?
▶이노근: "언제 크게 싸웠나요? (주변 웃음) 어제 일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정치하다 보면 그런 거니 이해하세요."
▶최민희: "(싸운 게 아니라) 제가 구박 받은 거였죠. 반만 용서해드릴께요."
 
꽤 심각한 일로 여겼는데 다시 보면 헛웃음이 나는 일이 있다. 15-17일 국회에선 이런 코미디가 연거푸 등장해 정윤회 파문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을 선사했다.

꼭 하루 전이다. 16일 정부를 상대로 국회가 벌인 긴급현안질문에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형 의혹을 터뜨렸다. 시계이면서 동영상 녹화와 녹음이 가능한 이른바 시계형 몰카를 청와대 부속실에서 구입, 사용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대통령 눈밖에 난 사람을 감시하기 위한 장비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본인 차례가 되자 작심한 듯 최 의원을 비난했다. "요즘 국회의원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청와대를 향해 '한 방'을 날리자 여당이 막말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 의원의 '버르장머리 발언'이 첫번째 코미디다. 그는 국회의원의 막말을 근절하자는 법안을 낸 인물이다. 국회법 146조는 국회의원의 타인 모욕금지 조항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본회의나 위원회 발언'이란 적용 대상을 '국회의원 직무활동 중에'라고 대폭 확대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물론 이 막말금지법은 국회운영위에 계류됐을 뿐 제대로 논의된 적 없다.

다시 16일 상황. 최 의원도 단단히 뿔이 났다. 신상발언을 요청, 이 의원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멈추지 않았다.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자신의 현안질문 차례에 국회의원 자질까지 거론하며 최 의원을 맹비난했다.

그런데 두번째 코미디가 등장했다. 새누리당 사령탑인 이완구 원내대표가 이노근-최민희 의원을 '라이스(쌀)버킷' 동반자로 지목했다. 라이스버킷은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체험하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에서 착안한 쌀 기부 운동이다. 자신이 짊어질 수 있는 만큼 쌀포대를 지게에 지고 다음 사람을 2명 지목하면 된다.

이노근 의원은 원래 긴급현안질문을 신청하지 않았다. 정원을 금방 채운 야당과 달리 새누리당엔 신청자가 없었다. 이른바 비선실세 의혹,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등 주제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였을까. 새누리당의 고육지책은 '공격수 차출'이었다. 선발된 이들은 명불허전이었다. 15일 현안질문에서 김진태 의원은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의 방북신청을 두고 "김정은의 꽃배달 서비스냐"고 비난해 야당을 자극했다. 이장우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측근비리를 실명 거론했다.

하루 뒤 바통을 이은 사람이 이노근 의원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막말로 화제를 돌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리고 이 원내대표가 자신의 차례에 쌀 30kg을 짊어진 뒤 이노근-최민희 의원을 선택했다. 여야에선 "화해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막말정치는 정말 나쁘기만 한가. "정치인은 본인 부고(사망)기사 아니면 모든 기사를 환영한다"는 게 진리로 통한다. "악플(악성댓글)보다 무서운 건 무플(무관심)"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이렇게 보면 막말공세로 받아야 하는 비판은 혹독한 페널티보다는 달콤한 인센티브에 가깝다. 정치인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공격수 의원들에게는 지도부에 눈도장을 찍는다는 달콤한 보상이 기다린다. 이노근 의원은 흔쾌히 공개사과까지 한 덕에 김진태·하태경 의원과 함께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되는 불명예도 피했다.

게다가 막말의 수혜자가 생기면서 세번째 코미디가 완성된다. 17일 국회 의원회관. 이노근-최민희 의원의 라이스버킷 행사에 취재기자와 방송 카메라가 적잖게 왔다. 전날의 사건이 없었다면 기대하기 어려웠을 '관심'이다.

막말 공방은 비록 험악했더라도 해당 의원들에게 남는 장사가 됐다.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정치의 주요 속성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막말은 계속된다. 아니 적당한 막말 공방은 권장할 필요도 있겠다. 어려운 이웃에 쌀을 나눠주는 훈훈한 이벤트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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