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탈박 3인방'과 레임덕

[the300]청와대와 선긋기 필요성 여당 내 제기

김태은 기자 | 입력 : 2014.12.16 16:43
(서울=뉴스1) 박철중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2차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2014.2.25/뉴스1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탈박(탈박근혜)' 세 사람이 있습니다.

우선 일찌감치 내년 5월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입니다. 때가 때이니만큼 유승민 의원이 여당 원내대표가 된다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때보다 박근혜 정부가 받게 될 충격은 더 클 것이란 관측이 서서히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김무성이 당 대표가 된 것이 (박 대통령에게) 미사일 수준이었다면 유승민이 원내대표가 되면 핵폭탄 정도의 충격이 될 것"이라고 평론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법안 처리는 물론 정쟁 이슈에 대해 야당과의 조율을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청와대로선 국회에서 청와대의 뜻을 충실히 반영해 줄 원내대표를 희망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그 어떤 당직보다 주류 권력의 흐름을 밀접하게 보여주는 것이 원내대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 의원이 청와대가 바라는 '예스맨'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이면 열 모두 고개를 젓습니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의 '원조친박'이면서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과거 그의 정치적 행보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전략상으로도 그가 청와대와 선긋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권력 누수가 지속될 경우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탈로 차기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원내대표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사실 이 같은 당심의 반란은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의 압승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상하이 개헌 발언' 등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몸을 낮추며 당내의 '기대'를 저버린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 대표이자 여권 내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김 대표와 손을 잡으려할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이후 김 대표가 이전과는 다른 미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청와대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발언도 그렇고 여의도연구원장에 청와대의 반대로 당초 접었던 박세일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도 청와대에 반기를 들 시점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세 대 지방세 비율 조정 현실화 방안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진영 국회 안전행정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14.10.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들 두 명 외에, 움직임을 자제하며 '정중동(靜中動)'으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정국의 향방에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됩니다.

표면적으로는 기초연금법 제정에 대한 이견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보이지 않는 권력투쟁 때문에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오늘날 불거진 '청와대 비선실세' 문제에 일찌감치 경고음을 보낸 장본인으로서 그의 행보가 큰 파괴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 원내대표 선거에서 진 의원이 유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빨간불'이 켜진 박근혜 정권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이 진 의원과 유 의원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거리를 두게 만드는 원심력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아직 박근혜 정부 임기 전반부라는 점, 유력한 차기 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과연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으로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레임덕'은 내부 권력투쟁이 밖으로 드러날 때부터 시작된다"는 정치권의 법칙에 비춰볼 때 '탈박 3인방'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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