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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평가원 관계자가 복도를 오가고 있다.평가원이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영어 25번 문항과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한 오류를 인정하고 두 문제의 보기들에 대한 복수 정답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2014.11.24/사진=뉴스1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 오류와 2015년도 복수 정답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두고 교육계와 정치권은 수능 출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22년을 맞은 수능 제도의 출제 방식에 대해 개방형 출제 등의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존의 작은 문제(오류)들이 이번 같은 큰 문제의 전조가 됐을 것"이라며 "700여명의 출제·검토 위원 등이 1달간 합숙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없던 것이 우연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이번 수능 논란의 핵심을 '출제방식'에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수능 출제를 위해서는 최소 300여명의 출제위원과 200~300명의 검토위원이 필요하다"며 "나름의 선발절차가 있겠지만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히 역대 수능 출제위원장 23명 중 서울대 출신이 22명에 달하는 점은 수능출제위원의 구성에 대한 의구심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오류 소송을 제기한 박대훈 전 EBS 강사는 이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학생 검토위원의 도입을 제안했다. 박 전 강사는 "학생 검토위원들은 난이도 조절뿐 아니라 오류 발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수 등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BS 강의와 연계된 출제 방식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양 교수는 "EBS 연계는 연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EBS 교재가 잘 만들어는지에 대한 문제"라며 "철저한 검증과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왕호 대일고 교사도 "EBS 교재는 해마다 바뀌는 만큼 오류가 담길 가능성도 높다"며 "이는 출제 오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사는 또 "EBS 연계에 따라 영어 지문을 통째로 외우는 등 암기식 공부가 늘고 있다"며 "수능 시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삼수 EBS 학교교육기획부장은 "EBS 연계 출제로 초기에는 교재오류 논란이 벌어졌지만 사전 검토 체계를 다듬어 '0'에 가까운 오류 결과를 만들고 있다"며 "2015학년도 수능 영어가 EBS 교재에 연계됐지만 오류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문제은행 등 개방형 출제 방식을 제안했다.

양 교수는 "합숙형 출제보다는 선진화된 방식인 문제은행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라며 "특정 수능과목부터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전 강사는 "연 2~3회 실시되는 수능 시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부여되고 있는만큼 현행 9월 모의평가를 수능 시험으로 전환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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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오류 관련 피해학생 구제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4.11.20/사진=뉴스1

한편 조용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완벽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불거진 논란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며 문항 개발의 어려운 점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조 본부장은 그러나 문제은행식 출제방식 등에 대한 지적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조 본부장은 "문제은행 방식은 교육과정 변화에 탄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또 100배수 이상의 문제를 확보하는 데에 우리나라의 좁은 바닥에는 보안상의 문제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교수 중심의 출제위원과 교사 중심의 검토위원의 상하 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출제위원이 검토위원의 의견을 묵살할 구조가 아니다"라며 "이같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은 "수능은 일생일대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 관문"이라며 "출제오류 뿐 아니라 소송전을 벌인 교육부의 무능을 단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감시와 견제가 이뤄지는 출제 및 검증시스템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