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문제를 대충 넘어가지도 않았다. 의원이든 증인이든 적절치 않은 발언이 나오면 따끔한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스타일대로였다.
2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 겸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긴급 현안보고에서는 진영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세월호 참사 후 6개월만에 또 다시 발생한 안전사고를 진상규명하기 위한 자리가 자칫 여당 경기도지사와 야당 성남시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정쟁으로 흐르려 할 때마다 이를 바로잡아 정책 국감을 곧추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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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국회 안정행정위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전행정부 및 산하기관 국정감사를 주재하고 있다. 2014.10.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날은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의 책임 공방 속에 새누리당 의원들과 이재명 성남시장 간 고성이 오가면서 순간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의 답변 태도가 문제가 됐다.
이 시장이 "기가 막힌다"며 여당 의원들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순간 진영 위원장이 이 시장을 불렀다.
진 위원장은 "국민을 대표해 국민과 시민을 위해 답변하는 것"이라며 "시민 앞에서도 그렇게 답변하겠느냐"고 일침를 놨다.
또 진 위원장은 이 시장이 형사적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자 "수사로만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안전 책임자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열린 행사에 국민들이 참석한 것인데 국민들이 누구를 믿고 살 수 있겠느냐"고 행정기관의 역할을 일깨웠다.
진 위원장의 이 같은 말에 이 시장은 곧바로 태도를 굽히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고성이 오가던 험악한 국감 분위기가 진 위원장의 나지막한 한마디에 순식간에 제압됐다.
사고가 발생한 공연의 주최로 경기도 명의가 도용됐는지 여부에 대해 진실 공방이 기약없이 늘어질 때도 진 위원장이 해결사로 나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각종 공문과 홍보물에 경기도를 명기하는 것을 승인한 적이 없다며 물러서지 않으면서다.
진 위원장은 "남 지사가 명시적으로 허락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해당 산하단체가 경기도 명칠을 써도 된다는 묵시적 관행에 따랐을 가능성에 대해서 남 지사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하단체가 불법 도용을 감행했다는 것은 국민이 믿기 어렵다"며 "남 지사는 관행적으로 그 부분을 묵인한 적 없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경기도란 기관의 문제다. 국민들은 보다 확실히 알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명의를 허용해준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남경필 지사는 "관행적으로 써 온 부분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올해 안행위 국감은 정부조직 개편과 공무원연금 개혁, 사이버 사찰 등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들이 몰려있다. 그럼에도 국감 파행이나 극한 갈등 없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으로 여야 안행위원 모두 진 위원장을 꼽는다. 합리적인 판단력과 공정성, 각 사안에 대해 날카로운 혜안으로 안행위 국감을 대과없이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진영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지난 1997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특보로 정치에 입문, 17~19대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서울 용산구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2012년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뒤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았다. 그러나 기초연금법 제정을 놓고 청와대에 반기를 들며 장관직을 내던져 소신있고 강단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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