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대답했다. 의원들의 '연타'에 대응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방식은 그랬다. '웃지 말라'는 질타를 받고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정색한 최 부총리는 "과도한 추측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질문"이라며 웃음의 이유를 설명했다. '실소'라고 인정한 셈이다. 의원들의 호통이 이어졌다. 최 부총리의 언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결국 비판이 나왔다. "국감을 거꾸로 하는 것 같다"는 빈정거림도 받았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중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최 부총리의 표정은 다양했다.

이날 박 의원은 "최 부총리의 말 바꾸기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며 "금산분리가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가 이후 금산분리 강화 법안을 내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철학은 뭐냐"고 물었다.

이에 최 부총리가 웃으며 "여러 가지 질문을 주셔서.."로 말을 시작하자 박 의원을 말을 끊었다. 박 의원은 "재정지출 확대효과에 대해서도 경제부양 효과가 없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재정적자가 나더라도 확장적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즉 완전히 본인이 한 말이랑 거꾸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박 의원은 최 부총리의 담뱃세 인상, 외국인투자촉진법에 관한 최 부총리의 입장이 변한 것들을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실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때 정희수 위원장이 끼어들었다. 정 위원장은 "장관은 의원 질의할 때 웃지 말라"며 "의원 해봐서 알겠지만 미소 짓는 건 좋은데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점 이후 최 부총리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졌다.

곧이어 "최경환 부총리가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붙인 박 의원에게 최 부총리는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벌컥 화를 냈다. 언성도 높아졌다.

최 부총리는 "그러면 모든 정책이 다 거짓말이냐"며 "석유화학계 불황때문에 고용창출은 지금 진행형인데 그걸 가지고 무슨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도 "왜 화를 내냐"며 꾸중 대열에 합류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도 "지금 국감을 거꾸로 받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감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정 위원장은 서둘러 상황을 정리했다.

한편 이날 최 부총리는 한국은행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은 '척 하면 척' 발언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호주 케언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후 이주열 한은 총재와 이른바 '와인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총재와) 금리의 '금'자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 아니냐"고 발언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당시 출장가서 (이주열 총재와) 만나서 얘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재부 공무원, 한은 직원 등 여럿이서 공개적인 만남이었다"며 "금리 얘기를 꺼낼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이후 기자들이 계속 금리에 대해 물어보니 '금리의 금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고, 왜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기에 '직원들도 있는 자리에서 무슨 금리 얘기냐'고 한 것 뿐"이라며 "설령 그런 생각을 했다 해도 경제인식이나 이런 것을 통해 '척하면 척'이지 어떻게 (내가) 금리를 내려라 마라 하느냐'의 취지가 왜곡됐다"고 자세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