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反인권 혐의로 국제법정에?..."특정인 거론 없어"

[the300]외교부, "북한인권 결의 어떤 문안될 지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

오세중 기자 | 입력 : 2014.10.10 06:20

마이클 커비 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위원장이 지난5월3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유엔이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제1위원장 등 관련자들을 반(反) 인권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 등에 회부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외교부는 9일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북한인권 결의가 어떤 식의 문안으로 나올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고, 이전 북한 인권 결의에서도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반 인권적 행위에 대해 김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이 오늘 비공개로 회람됐다"는 것이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8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이 작성한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을 회원국들에게 비공개로 회람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현재 이 초안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3월 28일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반 인도범죄 가해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안보리가 국제사법기구에 회부하도록 권고했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외교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공지를 통해 "북한인권 결의안은 매년 EU 주도로 1차 초안을 작성 공동제안국 및 관심국들간 문안 협의를 거쳐 공식 초안을 회람하게 돼 있다"면서 "앞으로 이를 기초로 한 협의 과정에서 많은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북한인권 결의가 어떤 문안으로 최종 합의될 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외교부는 또한 북한 인권과 관련해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와 UNHRC가 권고하는 것은 "모두 북한의 상황에 관한 것"이라며 "특정인을 거명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북한인권 상황이든 북한 지도자들을 반(反)인권 혐의로 회부하는 것이든 실제 ICC에 회부가 될 수 있을 지는 다른 문제다.

국제사법기구에 대한 회부는 유엔 총회 결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권한이 유엔 안보리에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북한 인권 결의가 회부에 앞서 안보리 공식의제로 채택될 지도 불투명한 것이다.

특히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만 반대해도 안건으로 채택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의제로 조차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북한에게 압박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리동일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 7일 처음으로 유엔에서 인권 설명회를 개최해 "북한은 주체사상을 통해 인권 존중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며 헌법과 법률을 통해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의미의 인권 대화라면 어떤 나라와도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리 차석의 발언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 움직임을 보이자 적극적인 소명 기회를 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 차석은 "대북 결의안은 미국과 북한에 적대적인 몇몇 나라들의 정치적인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면서 "결의안은 대결을 의미하며, 대결은 대화와 협력을 원하는 북한과는 맞지 않다"며 최근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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