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야 넌 남아"...눌어붙은 화학복 입고 나서는 소방관의 편지

[2014국감][the300]이철우, 불산사고 투입 소방관 편지글 공개

김태은 기자 | 입력 : 2014.10.08 09:06

구미 불산사고 당시 노후 장비로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구조 작업에 뛰어들어야 했던 소방관이 "현장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다. 소방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국가직 전환에 대한 요구도 거세다.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8일 지난 2012년 9월 발생한 구미 불산사고 당시 투입됐던 구조대원이 보낸 편지글을 공개했다.

119 특수구조단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이 구조대원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용연수가 4년 정도 지난 화학복을 입고 현장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옷을 입으려고 박스에서 꺼내는데 고무제품이고 너무 오랜 기간 접혀있다보니 서로 찐득하게 붙어서 옷을 입으면서도 불길한 느낌, '과연 (화학가스가) 차단이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다들 현장에 들어가기를 회피하지만 구조대원이기에 의무를 다할 때가 됐구나 하고 화학복을 입으면서도 막내 소방사를 보고는 '넌 여기 남아있으라고 지시했다"고 현장 진입 당시 불안한 심정을 떠올렸다.

이 구조대원은 "아무래도 당시 분위기가 여기서 잘못되면 죽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막내가 죽어도 같이 죽자고 그러면서 화학복을 입을 때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들어가는 대원들 소속 성명 이름을 말하고 들어가면서 잘못되면 5분 있다가 사망자 명단으로 뉴스 자막에 나올 수 있겠다 생각하니 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얼굴들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갔다"고도 했다.

다행히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구조작업을 함께한 대원들끼리 얼싸안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구조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소방장비 현황을 보면 소방치 10대 중 2대는 노후 차량이고 소방관 개인안전장비는 5% 부족하며 그나마도 16.5%는 노후 장비다. 특히 유해화학보호장비의 경우 화학보호복의 구비율은 30%에 불과하고 화생방마스크와 제독제 구비율은 21%에 그치고 있다.

이철우 의원은 "목숨을 내놓고 위험을 무릅쓰는 소방공무원들에게 사전에 취할 수 있는 장비의 보강은 당연한 것"이라며 "소방장비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지역 소방 관련 장비 격차를 없애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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