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실이 한국공항공사 소유 땅을 십수년동안 공짜로 쓴 사실이 드러났다.

경호실과 공항공사가 크기가 14배나 차이나는 땅을 맞바꾼 정황도 확인됐다. 이에 경호실이 사실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공항공사에게 압력을 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국공항공사에 요청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경호실이 서울 강서구 오곡동 김포공항 내 공항공사 소유 10만㎡ 규모 부지를 37년간 무상으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경호실은 1977년부터 지금까지 해당 부지를 대테러 및 방호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해마다 해당 부지에 대한 1년 무상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이를 연장하는 방식을 취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1977년부터 1999년까지는 테러방지와 경호를 위해 군이 부지를 사용해 왔으며 경호실에 무상임대를 준 것은 1999년부터다"며 "공단이 공사로 전환된 2002년 이후에는 공사의 관련 규정에 따라  경호실 경호훈련장과 공항경찰대 등 대테러, 경호경비기관의 공항 상주 필요성이 인정되어 무상으로 임대한 것이다"고 밝혔다.

 

신 의원측은 그러나 대테러 방지 훈련 자체가 대통령 경호실 업무와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그럴듯한 명목만 세워 토지를 무상으로 쓸 구실만 만든 것 아니냐는 얘기다. 국회 관계자는 "경호실은 대통령 경호 임무만을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테러방지 훈련을 위해 부지를 사용했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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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신기남 의원실

공항공사와 경호실 사이에 이뤄진 `수상한 땅 바꾸기'도 논란거리다.

공항공사는 김포공항 외곽부지에 부지를 활용해 대중 골프장을 짓기로 하고 2009년 사업 승인을 받았다. 골프장을 지을 땅에는 오곡동 소재 경호실 소유 땅 13025㎡가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 2008년부터 1년간 경호실과 공항공사가 15차례 협의를 진행됐다. 부지 관리권을 가진 공항공사는 경호실의 제안에 따라 이 땅과 서울 강서구 과해동에 있던 공사 소유 땅 18만3416㎡ 교환에 동의했다. 이후 부지 소유권을 가진 국토교통부와 경호실은 토지환을 진행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경호실간의 토지 관리전환은 국유재산법에 따른 토지 관리청의 변경이므로 토지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적 필요성과 관리측면 등을 고려하여 정부기관 간 검토․협의에 의해 이루어 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국유지끼리 맞교환 하는 것은 해당 기관들끼리 업무상 편의를 위해 진행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14배에 달하는 토지와 맞교환 하는 것은 공항공사로서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으로, 경호실 압력에 의한 선택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공항공사가 새 땅으로 이전하는 경호실 훈련시설 비용까지 일부 지급로 협의한 사실도 밝혀졌다. 신 의원실이 입수한 2009년 공항공사 토지교환 관련 문서에는 '전기통신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과 장애물 훈련장 등의 시설을 조속한 사업 인허가를 위해 공항공사 예산으로 시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땅에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 경호행정시설 건물과 새로운 경호실 훈련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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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신기남 의원실

신 의원은 "1977년부터 현재까지 37년간 공항공사의 부지 10만㎡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도 다른 불법 사항은 없는 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공사와 대통령 경호실이 무상으로 맞교환한 토지 면적은 14배나 차이가 난다"며 "대통령 경호실이 요청한대로 교환해 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으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정은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