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우울증, '정신질환' 제외?…국회서 발묶여

[the300][괜찮아, 우울증이라도①] 정신보건법 개정안, 정치이슈에 밀려 '표류'

해당 기사는 2014-09-19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살기도를 하고 정신병원에도 수감됐지만, 그곳에서 동료 환자들을 도우며 삶의 전환을 맞이한 한 사람이 있다. 웃음이 사라진 환자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웃긴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그는 죽어가는 아이들을 웃게 해주기 위해 피에로 분장도 불사한다.-영화 '패치아담스'

 '패치아담스'를 비롯해 '죽은 시인의 사회' '굿윌헌팅' '미세스 다웃 파이어' '알라딘' 등 수많은 영화에서 희망과 긍정의 아이콘으로 활약한 로빈 윌리엄스가 지난달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작품 속 모습과 달리 평소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 뿐 아니라 니코틴·알코올·도박 중독, 불안장애, 정신병적 장애, 식이장애, 강박장애 등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우려해 전문적인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나섰지만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경증 정신질환 경험자를 정신질환자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신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5월 입법예고를 한 뒤 국무총리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망상, 환각, 기분의 장애 등으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도록 했다. 가벼운 우울증이나 강박장애 등 경미한 정신건강상 문제가 있어도 외래진료를 통해 사회활동에 지장이 없다면 정신질환자에서 제외한다는 게 골자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인격장애·약물중독 등과 비정신병적 정신장애(기분장애, 불안장애 등)을 가진 자를 포함해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질환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와 상담만 해도 정신질환자로 분류돼 사회적 차별을 받는 문제가 생긴다. 


복지부에 따르면 평생 한 번이라도 알코올, 니코틴 등 중독증세를 제외한 정신질환을 경험한 적 있는 비율은 2001년(12.7%) 2006년(12.6%) 2011년(14.4%)로 최근 증가추세다. 모든 정신질환을 포함하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적으로 일반 인구의 4명 중 1명은 평생 중 한 번 정신질환을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타과 의사, 기타 정신보건전문가를 방문한 적 있는 비율은 15.3%에 불과하다. 실제로 적절한 치료를 받은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수 밖에 없다.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20%에 가까운 정신질환 경험자들이 "치료받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되서"라고 답했다. 전문가와의 상담이 치료의 첫 발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 및 경증 정신질환자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줄이고,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감 없이 조기에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 범위를 축소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당초 복지부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2015년 시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을 비롯해 의료영리화 논란, 담뱃값 인상 등 복지위 주요 현안 때문에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한켠으로 밀려났다. 현재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상태지만 한번도 논의된 적은 없다. 법 조항을 하나하나 뜯어 검토해보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점처리 법안으로 제시를 하는데 국회에서 여러 이슈들 때문에 뒤로 밀려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개정이 우선돼야 시행령 등을 잇따라 손보고 사업도 추진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곤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후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논란의 여지도 있다. 지난 4월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개정안이 정신질환자 범위를 축소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국민들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높은데 범위를 축소하면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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