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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광주 광산을에 당선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당선인이 지난 10일 광주시의회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이 시대 정의와 진실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7·30 재보선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 전략공천 된 권 당선인은 출마부터 당선까지 이번 재보선 내내 화제가 됐다.

권 당선인이 출마한 광주 광산을은 전통적인 야당 텃밭으로, 권 당선인의 당선은 이미 기정사실화돼왔다. 문제는 권 당선인이 과연 얼마의 득표율로 당선되느냐란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잇단 광주지역 전략공천으로 광주민심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시민들은 '미워도 2번'이라면서도 새정치연합에 대해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전략공천에 반발해 '투표 보이코트'를 하겠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이날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은 이번 재보선 전국 최저인 22.3%(잠정)에 머물렀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경고'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권 당선인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호감도는 높았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던 권 당선인에 거는 기대감이 컸다.

정치권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권 당선인의 국회 입성은 다른 정치인을 긴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권 당선인도 출마선언을 하며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향후 권 당선인의 국회 활동이 주목된다.

반면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그의 최근 행보가 자신이 그간 걸어온 모습의 순수성과 진정성에 대해 오히려 의구심을 들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찰을 사직하며 "재보선 출마는 없다"고 단언했었던 권 당선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보란 듯이 재보선에 출마했다. 지난 대선 당시 그의 폭로를 두고 여권에선 야권의 공천을 받기 위한 '대가성 의혹 제기'라고 깎아 내렸던 만큼, 권 당선인은 국회 입성 뒤에도 여권의 집중 공격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풀어내는 돌파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불거진 재산축소 신고 의혹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이 같은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의혹은 일단락 됐지만, 정작 권 당선인의 행보가 의혹을 부풀렸다는 평가다.

권 당선인은 의혹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언론에는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였고,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는 법적대응을 하겠다며 대응을 삼갔다. 출마의 변에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밝혔지만, 소통의 교두보인 언론에는 '불통'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회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보좌진, 국회 직원 등 4600여명 남짓의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에는 수백명의 기자들도 상주하고 있다. 기자들은 국회의원들과 언제든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갖는 것은 물론, 의원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사안에 대해 직접 의견을 묻곤 한다. 언론과의 소통에 대해 권 당선인이 한 번 쯤 고민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권 당선인은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고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 역할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국회는 '입법'을 하는 곳으로, 국회의원의 제1의 책무는 입법이어야 한다. 권 당선인이 단순히 문제제기를 넘어 어떻게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해 낼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