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의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선장에 대한 적성심사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나타났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청으로부터 넘겨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당시 휴가를 떠났던 선장 신모씨는 세월호 첫 취항 직전인 지난해 4월9일 치러진 선장 적성심사에서 부적성 판정을 받았지만 불과 열흘도 안돼 심사를 통과했다. 허술한 선장 적성심사 기준과 항만청의 시험 관리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씨는 지난해 4월9일 '항로표지'에서 60점, '특수항로'에서 70점을 얻어 매 항목 70%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총 평균도 85점에 미치지 못하는 65점을 받아 심사 기준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신씨는 이틀 뒤인 지난 4월10일 재심사를 요청해 지난 4월18일에 치러진 시험에서 총 평균 90점을 받고 합격 판정을 받았다.
선장 적성심사는 '항로표지', '특수항로'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시험으로 매 항목 70% 이상, 총 평균 85% 이상을 얻어야 통과할 수 있다.
 |
 |
신씨가 응시한 2차 선장적격심사 시험지
자료=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실
*빨간 네모는 1차 시험과 일치하는 시험문제임 |
선장 적성심사 제도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시험 문제가 반복해서 출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씨가 불과 9일 뒤에 치른 시험에서 평균 25점을 올릴 수 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차적으로 진행된 적성심사 시험 2개를 비교해 본 결과 '항로표지'와 '특수항로' 문항은 각각 10개 문항으로 총 20문항으로 돼 있었으며 항로표시는 두번째 시험과 40%, 특수항로는 60% 일치했다. 자격시험에는 변침시 유의사항, 비상시 관제센터 즉시 신고 등 안전에 기본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선장 적성심사는 응시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실력에 관계 없이 시험을 많이 볼 수록 '유리'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시험 문제가 중복으로 출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응시횟수가 제한되지 않아 이른바 '족보'처럼 시험문제를 외워서 응시하더라도 자격 기준을 넘을 수 있는 셈이다. 선박운항 관련 자격 심사와 자격 부여는 모두 항만청에서 관리· 운영되고 있다.
선장 적성심사는 지방항만청이 여객선장으로 적합한 지 여부를 심사토록 하는 선원법 시행규칙 26조에 따라 이뤄진다. 선장 적성시험은 선사가 신규채용이나 선장 변동이 있을 때 수시로 요청해 응시할 수 있고, 시험 응시횟수 제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 제도가 명확한 기준이 없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장 적성심사를 관리하는 인천항만청 관계자는 "선장 적성심사 문제는 전문위원들이 출제하기 때문에 출제 내용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지방항만청마다 항로를 선장이 잘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이 시험이어서 문제가 중복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여객선 선장 적성심사가 마치 운전면허 시험과 같이 출제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험 문제가 중복 출제되고 합격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시험을 볼 수 있다면 선장 적성심사 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클릭
- 1국민연금 고갈 6년 늦출 뿐인데…"더 내고 더 받겠다" 시민의 선택
- 2국민 10명 중 6명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 3'더 내고 더 받자' 연금개혁안에…2030세대 여론은 '의외의 반전'
- 4[속보]野, 민주유공자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단독 의결
- 5[기자수첩] 준비되지 않은 전쟁의 대가
- 6野 독주로 본회의 직행한 '민주유공자 예우법·가맹점 단체교섭법'
- 7트럼프 리스크 대비?…한미 23일부터 사흘간 '방위비' 협상
- 8합참 차장, 16년 만에 '별 4개'가 맡는다…육사 출신 강호필 진급
- 9尹, 올해 G7 정상회의 초청 왜 못받았나? 7년전에도…
- 10"사람 없어 못 싸울 판" 군 인력난…이러다간 조직력 붕괴? 섬뜩한 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