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동작을 스토리… 여야 사활 걸린 이유

[the300]與 김문수→나경원, 野 금태섭→기동민 공천 급선회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목은관빌딩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4.7.8/뉴스1

서울 동작구(을) 선거구가 7·30 국회의원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재보선은 전국 15곳에서 열리지만 동작을 성패가 전체선거 결과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서울 유일한 재보선 지역구란 이유로는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거물급의 정치귀환, 선거 후 여야 지도부의 정치적 미래와 맞물린 탓에 공천을 둘러싼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게 전개됐다.

9일 국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회의실에선 평소보다 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동작을 출마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의 뜻에 따르겠다는 말씀 드리러 왔다"며 "선당후사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나 전 의원 사무실을 직접 찾아 설득할 정도로 '나경원 카드'에 공을 들인 결과다.

앞서 오전 새정치연합 회의실에선 안철수 공동대표가 작심발언에 나섰다. 안 대표는 금태섭 전 대변인을 동작을에 공천하지 못했고 그를 수원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동작은 물론, 수원 공천도 당내 반발이 만만치않다.

안 대표는 "금 전 대변인은 예전 민주당이 여러 번 영입하려던 인사"라며 "그럼에도 저와 함께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력이 있어도 배척 당한다면 어디에서 새로운 사람을 구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저와 인연 있는 사람이 최적 후보일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없는 사람이 (공천)되면 '자기 사람도 못챙긴다'고 비판한다"고 토로했다. 

양당 지도부가 동작을 공천에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이곳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사퇴한 정몽준 전 의원 지역구를 회복, 서울 의석수를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새정치연합은 이곳을 탈환,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복안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임기중이던 6월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2014.6.19/뉴스1
최초 관전포인트는 새누리당 김문수 전 지사의 출마여부였다. 직전 경기지사를 지낸 탓에 김포나 수원에 출마할 순 없었다. 김 전 지사가 동작을에서 원내 재입성하면 그의 대권가도가 결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전국 여론의 집약지인 서울은 다른 지역구와는 정치적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재보선 가능성이 있던 서대문을(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제외되면서 동작을의 희소가치는 더 높아졌다. 새누리당에선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출마가 거론됐다. 새정치연합에선 정동영 상임고문, 이계안 최고위원, 금태섭 당 대변인 등 출마가 예상됐다. 이들 가운데 누가 출마하든 '별들의 전쟁'이 벌어질 참이었다.

이에 따라 동작을 공천과정은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 대결 무대가 됐다. 쟁쟁한 이름으로 가득한 '엔트리'를 두고 신경전이 펼쳐졌다. 각 당은 예상 후보를 이리저리 맞춰가며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한 쪽이 후보를 먼저 결정하면, 상대는 그를 이길 후보를 내세울 수 있으므로 누가 먼저 패를 보여주느냐도 관건이었다.

김 전 지사가 새누리당의 거듭된 요청에도 출마를 고사하면서 김문수 변수는 지워졌다. 새정치연합엔 금태섭 카드가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평택을 공천심사에서 배제, 이른바 '개혁공천' 어젠다를 선점한 것으로 비치자 야당은 더욱 참신한 인물 공천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금태섭 카드는 당내 반발여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는 광주 광산을에 이미 선거사무소까지 낸 기동민 전 서울부시장을 동작에 끌어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기 전 부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측 핵심인사다.

당에선 허동준 지역위원장을 비롯, 다른 지역 원외위원장들이 즉각 반발했다. 총선마다 외부 출신 '거물'에게 후보자리를 내줬던 허 위원장은 국회 당대표실을 점거하는 등 격렬히 반발했다. 기 전 부시장이 고심끝에 동작 출마를 결심했지만 당은 큰 내홍에 빠졌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을 수용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2014.7.8/뉴스1
노회찬 변수는 여야 계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야권에 '고정팬'을 지낸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선거를 완주하면 야당표 분산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도 이 경우 나 전 의원으로 승산있다는 표 계산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지사 외 차선책은 없다"(윤상현 사무총장)던 새누리당이 나경원카드로 급선회한 배경도 여기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공천이 엎치락뒤치락한 결과, 이곳에서 지는 쪽은 공천 책임론 등 거센 후폭풍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15곳 중 하나'로 의미를 축소하기엔 이미 동작을 재보선의 정치적 위상이 너무 커졌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동작구가 보여온 표심을 감안하면 여야 양자구도인 경우 야당 후보가 선거를 주도할 수 있다"며 "3자구도이면 여당에게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앞서 새정치연합 금태섭 카드가 끝내 실현되지 않은 이유로 노회찬 변수를 꼽는다. 새정치연합으로선 막판 후보단일화가 확실한 승리카드인데 안 대표 측근인 금 전 대변인이 후보가 되면 노 전 의원이 단일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안 대표가 지난해 노 전 의원 지역구이던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당선된 게 양측 '악연'이란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기동민 후보는 '박원순 대 나경원'이라는 서울시장 리턴매치 구도를, 반대로 나경원 후보는 인물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은 변수로는 야권후보 단일화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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