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사는 이희복 할머니(가명·73)는 얼마 전까지 동네 한 상가 건물에 세든 이른바 '홍보관'을 매일 찾아갔다. 손자뻘 되는 20대 젊은이들이 싹싹하게 말벗이 돼줬고 가수들까지 찾아와 분위기를 돋운 탓에 이 홍보관은 할머니들에게 '단골 놀이터'가 됐다. 동네 할머니들과 각종 오락과 게임, 율동을 하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면서 홍보관에서 추천하는 건강식품 등을 하루에 한두개씩 사다 나르기 시작했다. 돈이 모자라자 홍보관에서 대출까지 알선해줬다. 그렇게 할머니가 들인 돈은 약 2500만원, 그러던 어느 날 그 홍보관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이 사람들이 노인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사기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홍보관·체험관과 같이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물품을 판매하는 '특수거래판매'를 방문판매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른바 '떳다방' '단타방'과 같이 처음부터 판매 목적을 숨기고 무료 사은품을 제공하거나 경품 당첨을 빙자해 고가의 상품을 사게 하는 '유인판매'와는 구별해 양성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태석 현 서울영등포경찰서 법학박사는 23일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충남 아산)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 입법공청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김 박사는 "홍보관·체험방 판매만을 한정해 특수거래판매업으로 인정하고 명확하게 법률에 규정할 수 있도록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대신 떳다방 등 유인판매는 금지규정에 별도로 명시하고 강력하게 처벌해 반드시 우리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방문판매법)' 제2조1호에는 '재화 또는 용역의 판매를 업으로 하는 자가 방문을 하는 방법으로 그의 영업소·대리점·그 밖에 총리령으로 정하는 영업장소 외의 장소에서 소비자에게 권유해 계약의 청약을 받거나 계약을 체결해 재화 또는 용역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따라서 사업자가 고객을 찾아다니면서 판매하는게 아니라 일정기간(4개월에서 1년 미만), 일정한 장소(체험관·홍보관)에서 판매장을 개장해 판매하는 방법을 '특수거래판매'로 인정하고 방문판매법에도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자는 취지다.

김 박사는 "이러한 특판장들이 음성적으로 운영되다보니 감독당국에서도 종사자 및 관련자 수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만큼 소비자 피해도 막대하기 때문에 특수거래판매업에 대한 사회적 개념을 확립하고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특수거래판매업을 양성화하면 △관련부처의 지도·관리 용이 및 소비자 피해 최소화 △불법·악덕 사업자 도태 △중소기업 진흥과 농어촌 소득 증대 △소비자와 업계종사자 보호 △세수 증대 등의 기대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피해구제와 교육이 강화되고, 판매업체도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병행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관련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특수거래판매업(홍보관·체험방) 판매장은 최소 2000개에서 수천개까지 있으며, 종사자는 1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특수거래판매업을 관리하는 감독청도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통계도 전무한 상황이다.

따라서 '특수거래판매업 양성화'로 기대되는 세수 증대 효과도 추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이 의원실에 따르면 단위사업자들의 월평균 매출이 2억원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업종 성격상 판촉활동비(사은품 제공)가 매출 이익의 30~40%를 차지해 대부분 '불성실 신고'일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