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에게 '소금밥'을 먹여 소금 중독으로 숨지게 한 엄마가 있었다. 8살 짜리 아이를 갈비뼈 16개가 부러질 정도로 때려 학대치사한 계모도 있었다. 처참한 '아동학대' 사건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없는 우리 사회 맨얼굴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까지 연이어 터지며 '안전에는 공짜가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하지만 6·4 지방선거 영·유아 및 아동 공약에 약속된 '예산'은 없었다. 새누리당은 '책임의 무게'를 들어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데 그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전은 내보였지만 돈이 얼마가 들지에 대해선 말끝을 흐렸다. 여야 공약 모두 '앵그리맘'의 마음을 잡기에는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이유다.

◇ 엄마 공략, 與 아이 낳기 vs.野 아이 키우기

새누리당의 주부를 겨냥한 보육정책은 기본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와 궤를 같이 한다. 이보다 수혜 대상을 확대하거나 비용을 조금 늘리는 식이다. 초점은 '아이낳기'에 맞춰져 있다. △난임부부 체외수정 시술 지원비용 확대 △분만취약자 공공형산부인과 및 고위험 산모·신생아 전문센터 추가 설치가 이에 속한다.

최희주 새누리당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어린이 무료 예방접종 항목에 독감과 A형 간염을 추가하는 정책에 430억원 정도 들 것으로 본다"며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국가예방접종 시스템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현실적 공약"이라고 자평했다.

새정치연합은 '출산'보다 '육아'에 무게를 뒀다.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 확충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지원 강화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마음'을 겨냥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

홍성대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보육 공공인프라는 5%정도인데 전문가들은 30% 정도는 돼야 민간과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사회서비스를 민간에 맡겨둘 경우 '이윤 추구' 때문에 질은 떨어지고 비용은 올라간다는 논리다.

해법으로 300가구 이상 아파트 신축시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입법예고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신규 건축물을 지을 때 어린이집 등을 설치해 지자체에 제공하면 용적률을 완화받게 된다.

여야 공약을 살펴본 전문가들이 평가는 박하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재원 대책 없는 공약은 허구인데 여야 모두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예산이 4조5000억원 들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공약 10개에 드는 비용만 합친 것이고, 그마저도 더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안심보육과 국공립 보육 확대안은 20년 동안 이야기 하던 것"이라며 "돈과 인력, 사설보육시설과 부딪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 현장보다 훨씬 뒤처진 '아동학대' 관련 공약들

'아동학대'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시스템 마련'에 초점을 뒀다. 새누리당은 '아동학대 등 가정 폭력 관련 중앙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아동학대 신고와 처벌은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에 따라 사법당국이, 치유와 보호는 '아동복지법'을 기반으로 복지부가 총괄한다.

새정치연합도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 조력인 제도'를 확대하고 아동학대가 확인되는 경우 부모가 아동과 함께 살지 않더라도 즉시 이를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여야 모두 턱없이 부족한 아동학대예방기관을 중앙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해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까지 지방자치실현을 이유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지자체 예산으로 부담해 왔다.

문제는 아동학대가 단순히 '시스템 부족' 그 이상의 단계까지 넘어와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자녀를 학대한 부모의 '친권 제한'이나 법률 조력인의 자질 부족 및 인력 소진, 재판 과정의 2차 가해 문제 등 훨씬 민감한 갈등에 직면해 있다.

전수진 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 발자국 대표는 "전국 50여개소 아동학대예방기관에 올해 상반기까지 2만3000여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만여 건은 인력부족으로 지난해 신고 건이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을 위한 예산 확대가 담보되지 않는 한 여야 공약은 허무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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