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다시 대두된 '행시 폐지', 이번엔 될까

관피아 방지 대책 일환…"행시는 관료 카르텔 입구"

박경담 기자 | 입력 : 2014.05.04 12:27

(진도=뉴스1) 김태성 기자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에서 세월호가 침몰되자 해경과 해군, 민간선박 등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4.4.16/뉴스1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행정고시(5급 공채)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관피아(官 + 마피아)를 근절하기 위해선 고위공무원을 뽑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지난 달 29일 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은 당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행정고시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세월호 참사 대책으로 "관료 카르텔이 발붙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관료 카르텔의 입구라 할 수 있는 행정고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관피아 방지 법안' 중 하나로 행정고시 폐지를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민간의 에너지가 관료사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현장을 경험한 분야별 전문가들의 외부 채용을 늘리고 하위 공무원들의 내부 승진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폐지론의 근거는 행시 출신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부처 산하기관 또는 사기업에 낙하산으로 취업하며 제대로 된 관리가 안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만 보더라도 책임부처인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에 행시 출신이 포진해있다. 인천항만공사 김춘선 사장(행시 21기), 울산항만공사 박종록 사장(행시 25기), 해양환경관리공단 곽인섭 이사장(행시 25기)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 세월호 운항 및 안전관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한 한국해운조합 주성호 이사장도 행시 26기다.


관피아의 원조격인 모피아(경제관료 출신 금융계 진출 인사)는 우리나라 경제계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부처 퇴직관료들은 산업은행,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은행연합회 등 각종 경제 관련 산하기관장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행시 폐지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행시 폐지는 서민층의 신분 사다리를 없애고 외부채용과정에 있어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현대판 '음서제도(고려 때 5품 이상 관리의 자제를, 과거를 통하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가 될 것이라는 비판에서다. 또 민간 전문가 채용은 민·관 유착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정부당국은 지난 2010년 행시 개편을 위해 5급 공무원 절반을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외부 전문가로 채용하는 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특채 파문이 터지며 고위공무원 특채 제도가 소수 특권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반발이 심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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