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정몽준 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만나 서울시장 후보들끼리 아름다운 경선을 다짐하는 '소맥(소주·맥주) 파티'를 약속했다. 그러나 순회경선에 대한 서로의 분명한 입장차를 확인해 향후 경선 방식을 두고 불꽃튀는 신경전을 예고했다.

두 예비후보가 만난 곳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선거 캠프를 차린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이다. 당초 지난 16일 김황식 전 총리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을 방문하려 했으나 정몽준 의원이 이를 사양하고 다음날인 17일 오후 12시 거꾸로 김 전 총리 측을 찾았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정치계에 입문한 뒤 가족들이 겪게 된 고충 등을 털어놓으며 "정몽준 후보가 7선 의원을 하는 동안 어려움을 뚫고 정치를 지속해 온 것을 보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경선 과정에서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좋은 후보를 선출하고 본선에서 꼭 이길 수 있도록 하자"고 덕담을 건넸다.

그는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는 과정에서 경선하는 이번 기회가 바른 정치, 새정치"라며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하겠다"고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안철수 의원 측과 민주당이 신당을 만든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말로는 새정치라고 하는데 실제는 새정치 아니라고 한다'며 "국민들이 새정치를 기대하는 '안철수 현상'은 있는데 정작 안철수는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동감을 표하며 "새정치란 말이 좋은 말인데 현재는 오염된 듯하다"며 "새정치 대신에 바른 정치라는 말을 쓰는 것을 생각해봤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지지율과 특정 후보 지원설 등을 두고 두 후보가 경쟁구도를 이뤄온 것을 의식한 듯 개인적 친분을 언급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가) 독일에서 돌아왔을 때는 만났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귀국한 후엔 따로 못뵀다"며 "귀국 환영파티 겸해서 이혜훈 후보까지 같이 '소맥 파티'를 마련하겠다"고 제의했다.

김 전 총리는 이에 흔쾌히 응하며 "올초 독일 정부로부터 대십자공로훈장을 받았을 때 (정 의원이) 보내준 축하화분을 지금도 잘 두고 키우고 있다"면서 감사를 표했다.

약 10분간 이뤄진 공개 회동에서의 훈훈한 분위기와는 달리 순회경선 등 경선방식에 대해서는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들은 이날 공개 회동 직후 가진 비공개 회담에서 경선 방식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비공개 회담에 배석한 김 전 총리 측 이성헌 전 국회의원에 따르면 정 의원 측 인사로 배석한 이사철 전 국회의원이 순회경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성헌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당에서 정한 규칙을 따르겠다"면서 "순회경선이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살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해 양측이 순회경선에 대한 분명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또한 김 전 총리에 대한 친박계 지원설, 이른바 '박심(朴心)' 논란에 대해서도 양측이 날카로운 공방을 벌였다.

정 의원 측이 청와대가 밀어준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하자 김 전 총리 측은 "과거 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기 전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김 전 총리를 적극 추천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청와대가 밀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 전 총리는 이날 저녁 서울지역 원외당협위원장 모임에 참석해 함께 식사하는 등 본격적으로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