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철수와 아카데미상, 그리고 폭탄주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한 안철수 의원(왼쪽)과 '장고: 분노의 추적자' 영화 홍보차 방한했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뉴스1
세계 영화팬을 흥분시키는 아카데미 시상식과 저녁자리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인 폭탄주. 어느 쪽이 '새정치' 안철수 의원에게 더 어울릴까.

안 의원은 지난 7일 새정치연합 핵심인사들과 저녁을 하면서 정치입문 후 처음 폭탄주를 마시고 건배를 제의하는 건배사, 즉 '폭탄사'를 했다. 앞서 2일 민주당과 통합을 과감하게 선언한 모습과 맞물린다. 요컨대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 스타 정치인이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선에서 뜻을 이루지 못해 '무관의 제왕'이 됐다.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을 결단하던 때 미국에선 또다른 무관의 제왕이 아쉬움을 삼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3일(한국시간) 월가의 탐욕을 그린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아카데미영화제(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노렸지만 '댈러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를 열연한 매튜 맥커너히에게 상을 양보해야 했다.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고도 수상을 못한 건 주·조연을 합쳐 벌써 4번째다. 다음번엔 받을 수 있는지 논쟁이 벌어질 정도다.

흥미로운 평가는 비관론이다. 핑턴포스트에 실린 이 주장에 따르면 디카프리오는 언제나 훌륭한 연기를 보였지만 오스카상을 받기엔 부족했다. 흥행보다는 예술성 높은 작품에 출연했는지, 소수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는지 등이 기준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자신을 과감히 던지지 못했단 것이다. 아카데미 수상을 바라고 조급해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의 폭탄주 소식에 이런 디카프리오가 겹쳐 떠올랐다. 차분한 언어, 언행일치 노력 등 '태도'에선 합격점이지만 안 의원이 정치인으로 무엇을 추구했고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평소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는 그가 폭탄주 건배를 했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안 의원 측 핵심관계자의 표현대로 "구름 위에서 땅으로" 내려온 셈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새정치를 실현하려는 진정성과 연결될때 빛이 날 것이다.
'자리'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공교롭게 윤여준 새정연 의장은 "(독자세력을 한다더니) 연기력이 아카데미상감"이라고 비판했다가 이내 농담이라 무마하기도 했다. 무소속 의원에서 일순간 제1야당 대표급이 된 안 의원에게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진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