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난 설 연휴 지역구를 다녀온 뒤 정치적 진로를 놓고 고민이 더 깊어졌다.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후보로 출마하라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면서다.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선뜻 결심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앙 무대에서 정치를 더 해보고 싶은 미련도 못지 않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의 고민이 깊다. 지방선거, 원내대표 선거, 전당대회까지 어느때보다 선택의 폭이 넓지만,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자칫 정치적으로 성장하는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 탓이다. 어느 쪽이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더 도움이 될지, 당선 가능성은 어느 쪽이 높은지는 물론 당과 지역민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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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정치적 진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남경필 의원, 김기현 의원, 정몽준 의원, 이완구 의원.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5월 원내대표 선거, 6월 지방선거, 8월께 전당대회로 새누리당의 정치 일정 윤곽이 잡히면서 중진의원들의 '물밑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원내대표나 지방선거 출마를 목표로 할 경우 이달 중, 늦어도 내달 중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만나야 할 사람이나 부각시켜야할 포인트가 달라질 수 있어 사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중진의원의 보좌관은 "지방선거에 나선다면 지역인사들이나 지역언론을 만나는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하고 당직에 관심이 있다면 동료 의원 등 원내 접촉을 늘려야 한다"면서 "당직도 원내 지도부냐, 당권이냐에 따라 만나야 하는 사람이나 전략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선거 필승을 위해 당내에 중진 차출론이 부상하면서 대상이 된 일부 중진들의 고민이 더 커졌다.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던 5선의 남경필 의원은 주변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권유가 잇따르고 있다. 결국 도지사 출마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할 정도다. 하지만 남 의원측 관계자는 "여전히 원내대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오는 12일 출판기념회를 거치면서 좀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선의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울산시장과 원내대표에 함께 하마평이 올라있다. 울산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같은 당 정갑윤 의원(4선)이 뜻을 접으면서 공천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지만 원내대표직에도 관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있다. 김 의원은 조만간 앞으로 행보에 대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대권 주자로 꼽히던 7선의 정몽준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정 의원은 전날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 주민들과 함께한 관악산 등반에서 "서울시장은 대통령 자리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라며 서울시장직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당권주자로도 꼽히던 3선의 이완구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충청권 의원으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원내대표직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던 3선의 유기준 최고위원은 최근 낙마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후임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역시 원내대표 후보군에 포함됐던 홍문종 사무총장(3선)은 지방선거 실무책임자로서 역할이 커지면서 지방선거 직전 열리는 원내대표직 도전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원내대표에 이미 두번 도전했던 4선의 이주영 의원은 이번에도 일찌감치 원내대표직을 목표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선수가 높아지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 만은 아니다"면서 "그에 걸맞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면 사실상 잊혀지는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